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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굿모닝]을 읽고

by 진짜짜장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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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직업상 남들처럼 여행과 캠핑을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하지만 이 業으로 정착을 하기 이전에는 여행을 즐겼었다.

여행이라고 그렇게 거창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 마음먹기에 따라 잠시 두 시간 남짓 주변을 하이킹하고 다녀오는 것조차도 소소한 여행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제주에 위치한 대학에서 수학을 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날씨가 너무 좋으면 오후 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혼자 스쿠터를 빌려 바닷가에 다녀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하루 날 잡고 아픈 척 연기를 하면서까지 새벽부터 백록담을 향해 시외버스에 올랐던 일들이 떠오른다. 너무도 아련한 추억이고 즐거움이었기에 이제 엔데믹을 맞아 여기저기 여행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움이 더욱 가득하고 선뜻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 살짝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그래서 이 책 [낯선 곳에서 굿모닝]은 지은이가 다녀온 곳이 어디건 간에 마치 사진첩과 같은 느낌으로 생생하게 여행지를 보며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의 겉표지

  근데 이 책, 좀 대중없다. 리마에서 하와이로 또, 발리를 거쳐 치앙마이, 멕시코시티 등등... 아무런 순서도 없이, 흐름의 연속도 없이 단순하게 개인적인 여행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적어 놓은 기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서없이 적은 여정과 단편적인 멘트 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 나름대로 여행지에 직접 갔을 때만 생각할 수 있는 감상과 당시에 내뱉을 수 있는 최상의 감탄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멋진 사진 구성만으로도 정말 좋다. 

특히 이 분은 (인도네시아) 발리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각각의 다른 테마를 통해 진정한 '발리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오롯이 요가'라는 말에 '왜 하필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요가를 발리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에 적힌 글은 '댕~~'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만의 테마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스페셜한 주제까지 뭐든 좋다.
'이번 나의 여행은 오롯이 **을 위한 거야!' 이름 붙이는 순간부터 더욱 특별한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지만, 목적이 분명한 여행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여행의 Concept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재하거나 모호할 때 그 여행은 이도저도 아닌 '목적 잃은 떠남'에 지나지 않는 것이리라. 그래서 책에서 '한 달 살기란 일상과 여행의 사이 그 어디쯤'이란 작자의 말과 같이 여행은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삶의 일부분이며 새롭지만 꼭 낯설지마는 않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의 내부사진: 여기 실린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발리와 더불어 여러 테마로 소개하고 있는 또 다른 여행지로 페루의 리마가 있다. 특히 '여행지의 냄새'란 제목의 글은 장문의 시를 쓴 듯 느껴질 정도로 그 감상의 깊이가 오감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다음번에 여행할 때는 잊고 있었던 감각, '냄새'를 통해 그곳의 감상을 기억해보고 싶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한 달 살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장소가 두 곳 보인다. 바로 치앙마이와 제주이다. 치앙마이가 나를 위한 휴식이었다면 제주는 엄마를 위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은퇴하신 부모님을 위해 '어디든 한 달 살기'를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첫 해외여행의 추억을 회상하게끔 하는 스물두 살의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은 자연스레 미소 짓게 하였다. 누구나 처음이 있고, 그 모든 처음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펴며 우리 집 어린이에게 어떤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그려본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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