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작은 매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얼마 전 매장 운영의 가장 공헌도가 큰, 중심 되는 기계가 갑자기 멈췄다. 부랴부랴 기계판매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SOS를 요청했고 바로 다음 날 업자는 조심조심 기계를 들고 수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우리 집에 온 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트렁크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매일 한 번씩 작동시키고, 항상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으며 무엇보다 세밀히 가동되는 소리와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정을 많이 줬었나 보다. 다행히 새 심장을 얻어 당분간 유지는 되겠지만 언제 또 어디가 탈이 나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득 아이가 선물 받은 책 중에 [언제나 다정죽집]이란 책에서 받은 감동과 오버랩되어 몇 자 끄적이고자 한다.
아주 오~래된 팥죽집에는 가마솥을 비롯한 구닥다리 부엌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럽고 맛있는 팥죽을 만든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 유행에 밀려 이 투박하고 고집스러운 맛집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마침 다정죽집의 부엌 친구들은 "팥냥이"라는 길고양이에 의해 꾹꾹 발도장을 받고 난 이후부터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안면을 트기 시작하고, 어느 날 팥냥이는 누군가에 의해 작성된 '고양이빵 레시피'를 주방에 전달한다. 이 '고양이빵'으로 인해 다정죽집은 기사회생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통해 사랑과 정을 계속해서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움직인 부엌친구들이 진정한 "빵요정"이었으리라. 세상 모든 만물이 과학적으로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생물이 죽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듯 나름의 개체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도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통체계가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내가 애정을 갖고 대한 오랜 친구들이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도움의 손길로 함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 그저 팥죽을 팥죽답게 끓였을 뿐..."
"할머니의 다정함이요.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돌보려는 그 다정함이 팥죽 맛의 비밀이었군요." "죽은 몸을 돌보는 음식이고, 빵은 마음을 돌보는 음식이지요."
"한 주걱만 주면 정이 없으니까"라는 할머니의 말속에 넉넉한 인심과 따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팥죽을 만들었기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팥죽집이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러한 마음가짐이 무슨 일을 하든 필요할 것 같다. 그 사소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하루를 완성하고 곧 나의 삶이 될 테니 말이다. 기왕에 하는 거라면 진심을 다해 온 정성을 쏟아, 내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가져보는 삶의 자세가 켜켜이 쌓여갈 때 언젠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 절기상 동지를 지나며 여기저기서 팥죽을 나눠주어 맛볼 기회가 있었다. 새삼 [다정죽집]을 떠올리며 몸도 마음도 든든히 채워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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