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와이프와 언쟁은 아니지만 약간의 짜증 섞인 반문을 한 적이 있다. 아이에 대한 훈육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되어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냐고 물었는데, 잠시 후 아내로부터 아이에 대한 나의 태도를 고쳐주길 바라는 말이 돌아왔다. 돌이켜보니 나는 "아빠 * *할 줄 알아? 아빠 * *할래"라고 아이가 물어올 때, 나와 상관없는 일, 썩 안 내키는 일에는 가차 없이 "아니, 나 안 할 거야. 나 못해"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부정의 대답을 내뱉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이 역시도 한 번 해본다면 필히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 무언가를 단순히 그 어색함과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일까? 어쩌면 내 안에 성공과 실패를 단정 짓고 저울질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는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은 성공과 실패를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늘 강조하면서도 정작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실패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모든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 의미 없는 실패는 얼마나 소모적인가. 그러던 중에 '에이미 에드먼슨'교수의 [옳은 실패(Right Kind of Wrong)]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에이미 에드먼슨'교수에 대해 잘 몰랐는데 하버드 MBA종신교수이며 세계 최고의 리더십의 구루라고 한다. 그래서 나와 나아가 조직에 대한 명망 있는 경영학자의 연구이기에 한번 읽어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는 실패의 배경과 종류에 대해 각각 네 개의 장으로 분류되어 있고, 2부는 1부에서 구분한 세 가지 실패들이 옳은 실패로 나아가도록 세 가지 실천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옳은 실패]라는 제목은 언뜻 보면 실패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 같지만, 실제로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에서 신중을 기하는 태도와 위험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래서 교훈적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그 교훈을 현명히 사용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또한 익숙한 영역에서의 실패 가능성도 염두하고 매사에 경계심과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실패의 경험을 통해 연구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함을 이해했고, 이러한 실패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8장의 '옳은 실패로 성공하라'는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 보아야 할 이 책의 정수이다. 나에게는 '더 자주 실패하기'가 크게 와닿았다.
실패의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기기 위한 게임'을 더 자주 시도할 수 있다.
실패의 근육, 위험을 감수하려는 근육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기본 생활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려고 한다. 얼마 전 아이와 단 둘이 한 여행에서 나는 수도 없이 길을 잃었다. 큰 준비 없이, 우연을 즐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덜컥 뛰어들고 보니 현실은 냉혹했다. 지금은 미소 지으며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 가장 무서운 말은 "아빠 이길 맞아?", "아빠, 오늘저녁 뭐 먹어?"였다. 이 무모했던 행동을 통해 나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아이에게도 옳은 실패의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성공으로 나아가는 루트를 많이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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