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호박 목걸이] 딜쿠샤 안주인 이야기

by 진짜짜장 2024. 8. 24.
728x90
반응형

 언젠가 TV를 보다가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그리고 언덕을 올라 '딜쿠샤'에 이르는 서울 도심 인근의 독립운동유적지 탐방과 같은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오가며 '딜쿠샤'라는 명칭은 간간이 들어왔지만 정확히 무슨 공간인지,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와 같은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일제의 건축적 만행에 관해 추적해 보는 프로에서 이곳이 잠시 소개되었는데, 이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봄으로써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책의 제목은 '딜쿠샤'와는 전혀 관련지을 수 없는 [호박 목걸이]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호박 목걸이'의 장본인이자 '딜쿠샤'의 안주인이신 "메리 린리 테일러"이다. 그리고 아들인 "브루스 티켈 테일러"는 어머니의 사후 유고를 정리하여 자서전 형식으로 이 책을 출간하였고, 우리말로는 송영달 교수님이 옮겨서 2014년에 출간되었다. 참고로 기사를 찾아보니 송영달 교수님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유학하시며 개항기 이후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정말 구하기 힘든 자료들을 모으셨다고 하며, 특히 배우이자 화가이기도 한 "메리"와 테일러 가문의 조선을 향한 애정과 사랑을 한국인들에게 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한다. 

 책을 보면 자유분방한 영국의 한 여인이 미국인 브루스와 결혼하여 한국에 정착하고,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강제 추방되어 아시아에 거주 중이던 다른 서양인들과 함께 포로교환을 통해 전시 미국에 거주한다. 그리고 조선의 광복 후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1948년 서울을 방문하고 시아버지 곁에 남편을 안치함으로 자서전의 막을 내린다. 일제 강점기의 3.1 만세운동과 고종황제 장례식 등의 사건을 직접 바라보며 일본의 식민통치를 피부로 느꼈으며, 그 가운데 조선의 독립을 위한 사랑을 행동으로 옮긴 이 분들의 삶이 진정 소설 같은 인생이요, 장편 드라마이자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딜쿠샤'는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으로 인도에서부터 꿈꾸어 온 이름이라고 한다. 이 들 부부는 일본에서 만나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1917년 한국에서 정착을 시작했다. 1923년 종로구 행촌동 1-88번지에 집을 짓고 1942년 강제 추방되기 줄곳 이곳에서 기거하였으며, 메리 테일러는 1948년 남편의 유골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묻기 위해 다시 방문하였다. 이곳은 본래 조선시대 권율 장군의 집터로 장군이 손수 지었다고 하는 400여 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그리고 완공된 '1923'이라는 건축 연도 아래 <시편 127장 1절>이라고 새겨 넣었다고 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도다 

 

 사실 이번 '예스 24'의 '사락 독서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통해 완독을 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이 책이 자서전의 형식을 띠고 사건 하나하나에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힘을 싣고 있어 빠르게 훑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일제 식민지 시대에 조선 땅에 살고 있던 서양인의 눈엔 어떤 사건들이 이렇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봤을 때 일제의 만행은 조선인들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이 땅에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들어와 살았던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은 미개했던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들 도움을 주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올해 8.15 광복절을 지내며 재작년 [하얼빈], 작년의 [프리워터]에 이은 의미 있는 책을 접하게 되어 그 깊이가 배가되는 느낌이다. 역사는 늘 되풀이된다. 우리는 현재 개개인이 거대한 세계의 사건 속에 뒤덮여 어떠한 보호장치 없이 맨 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그랬고,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자원의 횡포, 지구 열탕화와 이상기후가 그러하다. 그래서 그 가운데 반복되어 온 역사 사례를 더욱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우리의 판단과 자세마저 요구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 이 땅에 살아갔던 인물의 종적을 확인하며 오늘의 나와 우리 사회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사락독서챌린지 이벤트

 

event.yes24.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