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최근 마라톤 붐이 일어서 여기저기서 함께 달리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나는 학창 시절 소소하게 항상 달리기 선수로 경기에 출전하였던 걸 보면 혼자 뛰는 것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지만 언젠가 한 번은 뜀이 고통스러워 '도대체 나는 왜 달리기를 하는가'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많이들 달리기의 객관적인 이로운 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만의 개인적인 이유는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적어도 뛰는 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자각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여기 마라톤과 손기정 선생님에 관한 아름다운 책 한 권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청동 투구를 쓴 소년]이다.
며칠 전 ZOOM미팅으로 '39회 꿀시사회'에 참관했던 적이 있다. 여기에서 이틀에 걸쳐 총 열 권의 그림책을 소개받았는데, 곁을 오가며 유심히 지켜보던 아들이 [청동 투구를 쓴 소년]을 사달라고 했다. 나는 왜 하필 이 책이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올 봄 학교대표로 도대표선발에 육상선수로 출전하여 등수 안에 들었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였지만 그림책 자체의 다른 이유들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막상 내가 이 책을 펼쳐 보니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아름답다. 아래 소개 영상도 있지만 실제로 보면 색감이 너무나도 예쁘다. 곳곳에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여러 구도에서 바라본 뛰어가는 모습이나 형태들 하나하나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구나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색상의 상징성이 있다면 형태에 있어서도 상징하는 바를 많이 보게 된다. 글도 순간 울컥하게 한다. 故 손기정 선생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과정에서 묘사된 그의 심리를 읽으며 예전의 객관적 뉴스가 이제야 비로소 감정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은 '평화'이다. 그 옛날 용감한 병사에게 주어지는 "청동 투구"는 이제 평화를 염원하며 박물관에 있다. 과거로부터 비롯된 유래이자 당시에 벌어진 역사이지만 마라톤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역사를 되새겨보고 오늘을 살아가며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 그래서 마라톤 언덕을 달리며 승리의 소식을 전하던 아테네의 병사와 같이, 우리가 단지 역사의 일부분임을 자각하며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건네줄 수 있는 나와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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