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8월 중순, 내돈내산으로 선정한 '여름에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읽을 목적으로 구입한 도서'였다. 당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단지 "뉴베리 대상"이라는 타이틀과 멋진 겉표지만을 보고 책을 선정하였기에 우연에서 오는 기대를 매우 높게 생각한 것 같다. 이후 주인공들의 면면을 기억하려고 애쓰다가 백 페이지 정도를 읽다가, 시간에 쫒게 읽어야 하는 여러 책들에 묻혀 이도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리게 되었다. 결국은 '도대체 흑인 노예가 도망쳐서 다른 흑인 노예들이 있는 곳에 갔다는데, 이게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야?'정도까지 흥미를 잃어갔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어느 선배와 갖은 술자리에서 민주주의, (이상적) 정치학개론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책임 및 의무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프리워터]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것은 유명한 상을 탔거나 표지가 멋들어져서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지금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4월 말일에 일독의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같은 노예로서의 삶을 살기를 원치 않은 라이트부인과 데이비드를 비롯한 흑인 탈주 노예들, 그리고 자유를 찾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찾고자 한 가족과 모험, 책임감을 갖고 프리워터로 무사히 귀환한 어린 친구들 모두가 살아있는 주인공들이다. 그래서 그럴까? 총 91개 챕터의 구분은 각각의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물론 책 표지의 인물일 것이라 추정하는 '호머'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가 가장 많지만 '호머' 주변 인물을 전개되는 상황에 각각 이입하여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이 내 주변의 실제 인물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디테일하며 정교한 묘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산지'는 왜 이렇게 철없이 구는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아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본질과 그렇지 못한 ('산지'만의) 현실을 일관되게 대비시키며 이를 읽는 나로 하여금 그렇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금 얼마나 나의 아이를 위한 울타리를 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늘 자신만만하고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얼마나 자유를 누리며 자유를 지켜왔는가? 과연 나에게 용기는 있는지' 등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세대가 더욱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행동을 끊임없이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크게는 "여행", "프리워터", "귀환"으로 구분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여행"에서 너무 허우적대서 뒤이어 맞이할 진정한 즐거움을 놓쳐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 서막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같으며 실제 19세기 아메리카 노예사회의 역사적인 고증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처절함이 피부로 와닿는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아이들의 도전과 모험심 그리고 책임감 등을 몸소 경험하며 결국 승리했다. 다음 시대가 기대되는 것은 청출어람과 같이 지금보다 나은 다음 세대가 등장하기 때문이리라. 책을 덮으며 비록 소설이었지만 작금의 현실을 넘어 더욱 자유롭고, 더욱 도전적이고, 더욱 책임감 있고, 그래서 용기 있게 미래를 이루어 나가는 다음 세대를 마음속에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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