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저/황국영 역
내가 죽을 때에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맞을 수 있을까?
작년부터 부쩍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해 또 한 번의 사색을 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생에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마지막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오늘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자 노력할 수 있는 것이리라. 물론 장수도 장수 나름이지만 오랜 시간 아픔 속에서 주변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우리 집 어린이를 대함에 있어 훈육과 존중의 마음을 습성화하고자 하는 노력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그분을 정확히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식을 의지를 갖고자 힘썼던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살아생전 방대한 독서를 통한 지적이고 예술적인 활동들을 빌어서 쉽게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더욱 열심히 일에 몰두했기에 최선을 다해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철저히 준비한 듯 보이는 그의 마지막 모습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중간정도 읽었을 즈음 옛날 생각도 나서 <마지막 황제:리마스터링>을 친구에게 부탁해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영화음악을 통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 나중에 포털검색을 확인하니 일본인 촬영사역으로 출연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영화음악을 비롯한 각종 공연실황 영상을 유튜브로 보며 거장으로의 면모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갖았던 음악과 사회·환경·예술지각 등 여러 분야에서 함께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수많은 감각적 요소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느끼고자 했던 사카모토 자신의 삶의 행적과 남아있는 울림을 몇 번이고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폴 볼스(Paul Bowles)
그의 타계도 곧 1주기를 맞게 된다. 한국에서도 이 시기에 맞춰 공연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폴 볼스의 독백과 사카모토의 혼잣말로 읊조리는 모습이 겹치듯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뉴욕 저택 마당에 방치한, 만드어진지 100년도 더 된 피아노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듯, 우리 또한 자연을 닮듯 나이 먹어 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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