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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From. 무라카미 하루키

by 진짜짜장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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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지금껏 고교 진학 이후 중·장거리로 연습을 해오다 군에서 전역하던 해부터 몇 년 전까지 15년 이상 마라톤을 해왔다. 요 몇 년 달리기를 쉬었던 이유라고 한다면 무릎통증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몇 번이고 대회 출전 도중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마치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해야 할 것 만 같은 공허함을 넘어 그 이상의 공황까지 느끼게 했다. 누군가와 같이 할 운동을 찾았지만 코로나를 거친 현재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덕분에 몸무게는 5㎏이상 급증했고, 나잇살이라고 치부하기엔 과하게 늘어지는 복부비만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드디어 8월 말에 결단을 내렸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그리고 대국민 독서챌린지에서 너무도 낯익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책은 이미 십여 년 전에 완독을 한 바 있지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버금가는 재미없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달리기를 새롭게 시작하려 하는 이때, 나는 누군가의 격려라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때의 내가 느낄 수 있었던 문학적 깊이와 지금의 그것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을 "작가 겸 러너"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이 소설가라는 직업과 마라톤 주자를 똑같은 비중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인생에 있어 문학의 창작활동과 마라톤 완주를 생애의 가장 중요한 성취와 덕목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마라톤 完走!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것을 묘비명에 써넣고 싶다고 하니 일생에 있어 쉽지 않은 자신과의 도전을 얼마나 치열하게 달성하고 노력하고자 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계속 달려야 하는" 것을 생명선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지구력에 감탄을 하게 되지만 우리의 인생 역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하지 않을 이유를 찾자면 정말 무궁무진하지만 매일 나를 소중히 단련하는 일이 쌓이고 쌓일 때 적어도 인생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근접해 갈 수 있지 않을까? 개개인이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좀 더 자신을 효과적으로 연소시켜 가는 일을 마라톤 연습을 통해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대국민 독서챌린지'의 필사를 진행하며 9월에 주 1회 10㎞달리기를 실천했다. 독서를 하며 안 뛸 수가 없었다. 덕분에 참 많은 힘을 얻었다. 10월엔 주 1회 10㎞, 5㎞달리기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회 한 아테네에서 마라톤코스를 따라 달릴 때, 거리에 따른 저자의 심경변화에 박장대소를 하며 읽기도 하였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저자는 2007년 8월 현재까지 25회의 마라톤 풀코스 경험이 있지만 아직도 30㎞, 35㎞, 40㎞ 지점에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니, 이것이 비단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느끼며 다시 한번 그 지점에서의 집중력을 위해 반복적인 일상에 힘을 내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의 작은 성취가 모여 나의 인생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것이 (그 누구와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리라. 어쩌면 지루하고 단조롭지만 집요하고 엄격하며 참을성 있게 시간을 들이는 것이 결국은 목표점에 다다르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언젠가 도달하게 될 목표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나름대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승점일 것이다.

 좀 다른 얘기이긴 한데, 위와 같이 저자가 젊은 시절 가게를 운영할 때 몸소 체득한 바를 밝힌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글을 읽던 시점에 겪은 안 좋은 경험을 방어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전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내가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행동할 때 타인의 평가를 크게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적으로 수신하고 철학적 가치를 세워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추석에 어떤 친구의 '달리기 예찬'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술자리를 마치고 주소를 물어 그 친구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이 책은 마라톤 입문서도, 특정한 건강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긴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두고 우리의 주된 직업으로부터 소소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위의 그러한 의미와, 달리기와 인생을 함께 놓고 들여다볼 때 이것이 가져다줄 철학적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최근에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달리기 크루'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없는 직업이기에 개인적인 달리기에 국한되어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에 이 레이스의 여정은 내가 이끌어가는 것임이 분명하리라. 그래서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잘 다독여가며 매일같이 꾸준히 단련을 하기 위해서 이 책은 격려와 도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많은 것을 매주 저녁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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