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아침의 피아노] 죽음 앞에 선 나를 바라보다.

by 진짜짜장 2023. 9. 16.
728x90
반응형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나의 임종 앞에 취할 나의 태도는? 

 이 책 [아침의 피아노]는 지난봄 '예스24'와 'EBS'가 공동진행한 "대국민 독서챌린지'에 선정된 도서였다. 이번 가을 다시 한번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문득 지난 시즌 나왔던 책들이 궁금해서 살펴보던 중, 다분히 제목에 이끌려 구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올해 나에겐 유난히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볼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도 고령사회로 진입했기에 이미 한 달이 멀다 하게 부고를 전해 듣고 있지만, 나이를 막론하고 여러 질병에 의해 죽음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이 시기에 나에게 [아침의 피아노]가 온 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과도 같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스레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지금의 인생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라면 죽음의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책을 읽은 약 2주간의 시간 중 실제 건너서 알게 된 사람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예견된 죽음을 앞두고 평소 전화가 필요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 섭섭했던 일들과 감사했던 심경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 역시도 지면을 빌어 미처 세상에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 124.  나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받기만 하고 나는 그 사랑들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색한 부자의 곳간처럼 내 안에 쌓여서 갇혀 있는 사랑들. 이 곳간의 자물쇠를 깨고 여는 일 - 거기에서 내 사랑은 시작된다.  

 

죽음을 앞두고 타자에 대해 사랑과 감사와 겸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의 환자로서의 태도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육체가 힘들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모든 것은 걷는다. 몸도 정신도 마음도 걷는다. 보행이 생이다. 나는 이 보행의 권위와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환자의 삶에 대한 주체성과 그 권위를 지키고자 의지를 다시 한번 부여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연 나라면 죽음 앞에 여전히 강인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 책의 끝부분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와 같이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글인 동시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존재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성찰과 위안의 독서를 제공한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넓게는 가족과 지인들 모두에게도 해당되리라 생각한다. '차례'에서 처럼 2017년 7월부터 약 5개월 그리고 2018년의 8월까지의 기록들. 저자는 시간의 유한함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건만 나는 얼마나 열심히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경이로움, 그리고 타향 너머의 비타노바(Vita Nova)의 삶으로의 여행! 어쩌면 시간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머물고 지나가고 또 다가올 것"처럼 나의 기억은 불연속적이고 무소속의 순간들로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지 아니한가? "세대의 유장한 이어짐", "오고 가고 또 가고 다가오는 것들", "지금과 그때 사이에 무한한 지금들" 그래서 나는 이 삶에 성실한 책무가 있는 것이리라.이렇게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이 있다.  

#195. 군포 병원으로 면역 항암제를 맞으러 가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들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강렬한 그리움. 아니 그리움이 아니다. 살아서 한 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욕망의 충동.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기고 싶은, 아니 품 안으로 파고들고 싶은, 그렇게 어머니의 몸속을, 그 몸 안에 어떤 갱도를 통과하고 싶은 절박한 충동.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멘트 바닥을 천공하는 지렁이처럼.

 아~ 비타노바의 새로운 세계 앞에서 갈구하는 나의 원초적인 근원. 너무 슬퍼 계속 책 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서두에 밝힌 그녀의 장례가 불과 하루밖에 안 되어 더욱 감정에 이입되는 것 같다. 저자가 보여준 삶의 자세처럼 늘 시간의 유한함을 염두하고 나의 주체성을 잊지 않고 세상과 타인을 사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마음속에 갖고 있는 사랑과 존경과 감사를 말과 행동으로 적극 표현하고자 조금씩이라도 변해보고자 한다. 지금 나에겐 긍정적이고 기쁘고 가슴 뛰는 즐거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아침의 피아노] 일부 발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