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올해도 벌써 6월이고, 이 달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3분의 1이 이미 지나버렸다.
밖에서 하루하루 바삐 지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은 잡무로 또는, 육아로 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회식에 불려 다닌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은 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이 모든 일을 하는 주체는 "나"인데,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왜 이 것을 하는지 아니, 그 이전에 나라는 사람은 나를 얼마나 잘 알기나 하는지 되물어 본다. 최근 만난 부모님을 떠올리며 부부가 40년 이상을 함께 살아도 옆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제일 좋아하고, 제일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 자기 고집들만 내세우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고사하고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종편에서 TVN을 자주 트는데, 그중에서도 "유퀴즈"는 재방사수하는 프로 중의 하나다. 지난달에 '아기공룡 둘리' 극장판 재개봉을 앞두고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님이 나온 적이 있었다. 진심으로 반가웠고, 잠시나마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을 받아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보다 작가님 본인이 하고 싶어 하셨다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평생을 몰두하고 계신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후 우연히 '아기공룡 둘리'를 검색하니 5월에 '둘리 에세이집'같은 책이 출간된 것을 확인했다. 거주하는 동네에 둘리영화가 개봉을 안 한 이유로 꿩대신 닭으로나마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책을 구하게 되었다.
겉표지 느낌이 무척 따듯했다. '아기공룡 둘리'를 둘러싼 주변 캐릭터들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되었고, 무엇이든 감싸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두에 밝힌 대로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나를 위해 준비된 책 같았다. 이 책은 일단 만화를 배경으로 하는 에세이집이다. 예전에 신문 카툰을 엮어 책으로 나온 에세이집 '광수 생각"과 비슷한데 '광수 생각'은 카툰의 칸 수에 제한되어 의도적인 집약이 많이 보인데 반해,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는 많은 여백을 두어 둘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표정과 동작을 참고로 주변에 쓰인 글을 보면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로움을 제공한다.
들어가는 글과 프롤로그 그리고 등장인물 소개가 새롭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추억소환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내가 아는 '도우너'와 '또치', '희동이', '마이콜' 그리고 '고길동' 맞네요~!!!
어렸을 때 저 장면을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랑 다시 헤어져야 하는 둘리는 얼마나 외로울까? 잠시 나온 한 컷만 봐도 그 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짠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자신을 고립시키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와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 존재가 현재 내 눈에 안 보이더라도 이미 다른 무엇으로 내 곁에 와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주변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결코 외로울 수 없는 일이다.
글과 그림은 시종일관 가볍고 경쾌하기까지 하지만 나는 사뭇 멍 때리듯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은 시간을 통해 30여 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 이 친구들과 여행을 하고 나온 기분이다. 그리고 이제는 둘리로부터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함을 새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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