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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반복해서 읽다보면 보이는 것들.

by 진짜짜장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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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서정적이고 시적이며 아슬아슬하게 평온하기까지 한 느낌은 이 소설만의 매력.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부산 '형제복지원'과 비슷하다. 정권과 유착되어 사회를 정화 혹은 교화시킨다는 명목하에 민간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갖가지 가혹행위와 폭력 등의 만행을 저지른 그곳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 글이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장을 앞두고 어떻게 사건을 전개시키고 마무리 지을 것인가 몹시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의 결말은 이처럼 불합리한 사회 이면에 대해 (지극히 소시민적인) 나라면 용기 낼 수 있는가, 아니 내가 보아온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삶을 통해 깨달았기에 용기내야 한다고 조용히 역설한다. 단순하게 이런 일련의 불합리함을 열거하며 고발함보다 더 섬뜩하게 느껴짐은 시종 차분하게 풍경과 인물의 행동 그리고 자신의 망상마저도 차분하게 한 발치 떨어져서 관조하듯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역자가 책 후미에 밝힌 바와 같이 처음 읽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더라도 다 읽은 후 다시 앞으로 돌아왔을 때 계속적으로 내용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암시적이고 함축적인 표현들은 이렇게 두 번, 혹은 세 번 다시 앞으로 돌아와 소설 속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전반적인 사건은 펄롱의 용기이지만 그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그의 모든 생애의 배경을 살펴보며 나 또한 나를 둘러싼 환경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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