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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퇴고할 수 없는 시간

by 진짜짜장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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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가기 참 힘든 시절이 되었다.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한 각종 테러와 전쟁,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펜데믹,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와 항공기 추락사고 등 이젠 여행도 목숨 내놓고 가야 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단순한 쉼의 의미를 넘어 진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페르마타, 이탈리아]는 이금이 작가가 환갑을 앞두고 친구와 한 달 넘게 이탈리아를 두루 돈 여행에세이이다. 누군가와 여행으로 긴 기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그 사람의 속속들이를 다 알고 있다 할지라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게 될 상대는 감추어져야 할 부분까지 모두 볼 수밖에 없기에 으레 안 좋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두 분은 정말 '찐친'이다. 이 정도면 서로의 거리감을 유지하며 인정하고 배려해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소한 오해마저도 나중에 '진'의 눈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자칫 출발조차 못할 뻔했기에 그로 인해 본인은 쉬엄쉬엄 돌아볼 수밖에 없었고, 후에 이 오해가 풀렸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돌아보며 느끼게 되는 저자의 여러 감정들이 정말 다채롭다. 이는 단지 여행지에서 느낄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삶을 반추해 가며 가면 속에 숨겨 놓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다. 예전에 해외여행이 시작되던 초창기에는 정말 여행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관광'의 성격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콜로세움 앞에서 사진 찍고 이동, 밤에 기차 혹은 버스 타고 국경을 지나침으로 그곳을 거쳐 가는 것으로 광고하는 방식의 관광을 다녀오고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아~ 내가 거기 갔다 왔지, 가봤더니 별거 없어!'라는 표현은 자기 과시이며 낭비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한 달 살기, 천천히 돌아보기, 자유여행과 같이 내가 느끼는 것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기술한 책이기에 결코 퇴고할 수 없는 시간, 나는 여행을 통해 어떤 감흥을 받고 있는가. 여행을 본질을 생각하며, 일상에서 누리며 살아야 할 것들을 잊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여유 있게 생각하는 연습을 먼저 실행해 보면 어떨까.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또 다른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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