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매한 것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스24>의 펀딩으로 올라와서 가볍게 영어공부에 대한 방법? 요령? 과 같은 스킬을 구할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일 년이 다되어 가는 이제야 서평을 적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완독 하기 위해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읽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올 뿐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번에 <예스24>에서 "사락 독서챌린지" 이벤트를 하는데, 반드시 완독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끝까지 탄력을 붙여 십일 연속 필사한 끝에 어제 드디어 다 읽었다. 그런데 '내돈내산'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독서의 자리로 갖고 오기 힘들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제목에 붙은 "영어"라는 단어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으레 '영어'하면 '공부'가 무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영어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저자의 영어에 관한 에세이로 오히려 영어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전하고 있음에도 마치 뭔가 공부해야 할 것만 같은 공상에 사로잡혀 잘 읽히지 않았던 것일까 추측해 본다. 막상 다 읽고 보니 이 책의 목표는 "영어에 대해 당당하기"이다. 물론 저자를 프로필만 보았을 때 영어에 완벽하고 능통한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정작 미국 현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단 영어 실력이란 무엇인가? 나의 영어실력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정의할 수는 없다. 아니, 비교불가하다. 왜냐하면 저자의 영어공부는 자신의 모름을 해소하기 위한 앎의 단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테스트 통과에 필요한 실력은 분명 남들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트 캐셔와의 힘겨운 스몰토킹을 자신의 영어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가 지금껏 살면서 내 귀가 쫑긋 세운 영단어의 악센트, 말의 템포를 비롯한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영어 실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덧붙여 좀 더 당당해지자고 역설한다.
내가 영어를 하는 건 나의 친절이고
나의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건 원어민의 게으름이거나 무식함이거나 상상력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분노라고 했다.
물론 우리는 영어가 권력이 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권력이란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에서 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며 모두의 합의에 의하기에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내가 어떤 자세로 관계를 맺고 대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권력으로 혹은 단순한 하나의 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영어를 넘는 외국어와 모국어의 언어의 기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비교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 시절, 언어를 공부라는 부담에서 한 발치 물러나 제2외국어에 흥미를 느끼던 시절이 떠올랐다. 짬짬이 배워오던 중국어를 직접 현지에서 써먹어보고 그들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가운데 '소통'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내가 구사한 중국어는 생존을 위한 의사전달의 기능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모국어는 의식적으로 비언어적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소통의 차원에서 외국어보다는 불편하지 않은가 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도 하였다.
직장을 잡고 영어시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나서야 '왜 진작 영어를 언어란 차원에서 바라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어를 대하고자 한다. 이미 나는 상당한 수준의 나만이 아는 영어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의 비언어적 부분을 흡수하여 변화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있으며, 무엇보다 관심 가는 부분에 한해선 누구보다 꾸준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당당하게 영어라는 세계와 소통하고자 할 때, 이 책을 통해 편안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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