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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나는지 묻는다면] 최범석 여행문학의 탄생

by 진짜짜장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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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을 왜 떠나는가?

 

 너무나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왜 떠나는지 묻는다면]의 저자 최범석 작가는 본인의 경험과 더불어 문학과 철학에서 비롯된 그 의미를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행은 삶의 의미이고 그래서 자아를 찾아 떠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여러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통해 보편성과 특수성의 선입관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유, 여행 그리고 상황·환경의 다양성을 동일시 함으로 예상치 못했던 만남과 뜻밖의 행운을 경험하게 되는데, '세렌디피티'라고 표현하는 우연한 발견, 특별한 기쁨을 여행을 통하여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용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백과 같이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듯한 느낌이 든다"라고 한 것은 진정 본인이 그동안의 수많은 여행경험을 통해 깨달은 결론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이 책을 정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표지>와 <목차>에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만 그의 여행에 있어 '조지 휘트먼'이란 분은 많은 영향력을 끼친 분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서점에서 그를 만나기까지 '리가'의 벤치에서 어느 노교수와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된 우연은 결코 단순한 우연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 인연의 연속은 기대치 않았던 기쁨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자유는 외로운 거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자만이 자유를 선택해야 해."

 돌이켜보면 과거에 나 역시 해외에서 홀로 극심한 외로움으로 부득이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힘겨운 기억이 떠오른다. 가끔은 당시의 편협했던 내 생각이 지금의 내 발목을 잡아버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좀 더 외로움 속으로 나를 더 몰아넣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안정된 생활에 더 간절하기도 했다. 어쩌면 저자가 느낀 바와 같이 이제 어느 정도 외로움을 이겨낼 만한 내공이 쌓이고 그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파리의 '셰익스피어&컴퍼니'서점은 1세대 '실비아 비치'에 의한 1920, 30년대 '상실의 시대' 작가들의 문학살롱의 역할을, 그리고 이후 60, 70년대 '비트세대' 작가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제공하였다. 여기 '셰익스피어&컴퍼니'서점을 운영한 '조지 휘트먼'에 대해 저자는 "파리의 돈키호테"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그는 무소유와 무정부를 신봉하고 자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었다. 모두 우연으로부터 시작된 만남이었다. 

"인류애를 위해 살아라 그리고 천사의 가면을 쓴 자가 아니라면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라."

- 조지 휘트먼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책은 비행기(혹은 공항)와 열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쿠바여행 그리고 그의 여행 중 문학의 감수성을 발견하게 되는 더블린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단순하게 여행 잘하는 스킬이나 어떤 루트, 코스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여행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자아 정체성과 문학적 감수성의 발견이 저자 자신이 체득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내내 권하고 있는 "떠나라"는 외침이 더욱 신빙성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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