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by 진짜짜장 2023. 12. 4.
728x90
반응형

 얼마 전 TV프로그램으로 '알쓸 시리즈'가 생각이 난다. 다른 일회적인 웃음을 주는 예능프로와 다르게 이 시리즈는 내가 살아가는 삶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사회에 대하여 다방면에 걸쳐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 책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표지에도 소개하고 있듯이 지브리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와 저명한 뇌과학자인 '요로 다케시'의 대담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이라면, 서두에 밝힌 알쓸 시리즈를 글로 읽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분의 대화를 통해 감각으로부터 비롯된 삶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책의 앞·뒤를 오가며 적극적인 독서를 통하여 곱씹게 되었다. 사실 '알쓸 시리즈'도 메모를 하며 보곤 했는데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히사이시 조'는 전문음악가 이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혹은 건축을 디자인하는 창작활동은 무척 성실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무언가를 구축하는 일은 갑자기 한 순간에 영감이 떠오르는 게 아니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우연을 필연처럼 느낄 수 있도록 포인트가 될 영감을 포착하는 능력까지 생각을 해야 하니 결코 창작자의 능력은 재능이냐, 노력이냐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무언가 새로 쓰거나 창작을 뜻하는 '정보화'와 남의 말과 글을 잘 정리하는 개념인 '정보 처리'를 구분한다. 즉, 정보화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힘든 작업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창작에 대하여,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여러 감각에 대하여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 흐름을 좇아 인간의 의식과 언어, 사회(공동체)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까 런던에서 녹음할 때는 감각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지요.
다시 일본에 오면 원래대로 돌아오고요. 아주 공감됩니다...
아마 고조된 긴장감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정신이 예민한 상태이지요...

 

 살다 보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느낄 수 없는 그곳의 특징적인 풍토와 성향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현지인들이 타지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고향사람들의 습성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이게 과연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웃어넘긴 적이 있다. 이러한 긴장의 관점과 덧붙여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해서 얻어 낸 것은 쉽게 버리거나 그만둘 수 없는 만큼 (꼭) 스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대담자 간의 공통된 관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야 함을 지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의식이 아무리 힘을 내려해도 무의식을 이기지 못하는군요."라는 지적과 같이 '몸의 원동력이 무의식'이라는 원리를 스스로 체득화하는 능력 또한 늘 염두에 두고 마인드컨트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타 '하위헌스의 추시계', 리듬을 시각으로 표현한 '나선', '필연적 흐름 vs. 우연의 집적'에 관한 대화는 정말 백미라고 생각하니 직접 한번 확인해 보자.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장애와 나이 먹음, (공동체)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즐거운 해법으로 대담을 마무리한다.

도시는 '의식'이에요. 시골은 '몸'이고요.
사회는 인간이 만든 세계이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는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 한 명 한 명의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사회로 만들어졌기에 최근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도시, 사회로 인한-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 잊고 있던 무뎌진 감각의 균형을 되찾아야 함을 비로소 인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스24 그래제본소' 펀딩을 통해 구매하게 되었는데, 이 책의 카피가 '히사이시 조'를 많이 부각한 탓에 그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이리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요로 다케시'의 명쾌한 대담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꼈다. 다행히 우연하게도 필연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었지만 책 내용만큼이나 감각적인 문구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내용만큼은 너무 좋아 삶의 의식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