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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권 리뷰

by 진짜짜장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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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권 표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복잡다단한 일들로 얽히고설켜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인간관계로 인한 많은 일들에 우리는 울고 웃는다. 모름지기 세상에서 귀히 여기는 것들을 얻기 위한 쟁탈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돈, 명예, 권력......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사정에 도움을 구하고자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며, 학습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 심리학'이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필수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실전적인 과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소화해내고야 만다..."는 모 소화제 광고 카피라이트를 보며 '지금의 사람들과 과거 몇백 년 전의 사람들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 중2 국사수업의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되짚어 본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E.H Carr)
 이 말에 대한 해석이야 각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위의 소화제 광고와 같이 현재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시대에 따른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떠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마치 대화하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그래서 과거의 가장 박진감 넘치는 인물묘사로 사랑받고 있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지금 현대사회에서 읽어보아도 장면장면이 일상의 삶가운데에서도 주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를 심리학적 인물열전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심리학 인물열전의 첫 시리즈로는 '조조'가 스타트를 끊었는데,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는 '제갈량'이다. 그런데 추천사를 보니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이후 '제갈량 심리학')]이 끝이 아니라 삼국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들로 몇 사람 더 출간이 예정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이후 '조조 심리학')]을 보았을 때는 삼국지라는 줄거리의 전개를 염두에 두고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게 우선이었지만, '제갈량 심리학'은 같은 사건을 두고 '제갈량'과 심지어 그 주변 인물의 심경까지도 고려하여 '조조 심리학'편에서 언급한 것들과 비교하며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끔 하였다. 

목차 1, 2, 3부
목차 4부

 1부는 제갈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삼고초려의 과정이 나온다. 유비와 함께하기까지의 심리를 해석하고 있고, 2부는  '천하삼분지계'의 개념에 대한 동상이몽을 설명한다. 유비의 군사로서 조조를 격퇴한 두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형주를 취하지 않은 유비와 앞으로의 낙관할 수만 없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3부는 적벽에서 조조에 맞선 촉·동오의 동맹과정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적벽대전' 이후에 안으로는 관우와 밖으로는 동오의 주유와 노숙의 관계에 대해 제갈량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한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조 심리학'의 대주제를 이르자면 '조조는 강한 심리면역력을 타고 난 사람이었다.'이다. 조조는 전장에서 장수로 군사들을 지휘하고 승상의 지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무서운 면모를 보인 인물이다. 하지만 타이밍 좋게(?)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결코 이에 개의치 않고 강한 심리면역력을 앞세워 털고 일어난다. 이에 반해 제갈량은 후한 말 난세에 융중에서 밭이나 갈던 한낯 서생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촉나라의 승상이 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존재했고, 나름대로 위기를 기회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극복해 나갔다. 마치 사건의 전개를 보면 하늘마저 도운 듯이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제갈량은 자신을 포장하는데 달인이었다. 전투에서 수레에 올라 깃털 부채를 들고 윤건을 쓴 '도사복장'을 함으로써 신선, 병법의 신(손빈의 화신)과 같은 신비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이를 '후광효과'라고 하는데, 모든 부분에 광채를 덧입혀 겉으로 보이는 것에 눈이 멀게 되는 인간의 자동반응기제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밑밥'을 뿌리고 세련된 기교를 써야 제대로 '후광효과'를 사용할 수 있고, 제갈량의 경우 8척이 넘는 큰 키와 옥 같은 미남의 출중한 외모에 뛰어난 지혜, 그리고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표현방식으로 자신의 '후광효과'를 배가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조조 심리학'에 이어 '제갈량 심리학'에도 전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호혜의 원리'는 그 의미를 좀 더 확대하고 있다. 먼저 유비가 조조의 계략에 빠져 떠나는 서서를 붙잡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이 단순하게 훗날 보답을 받기 위해 먼저 은혜를 베푸는 행위가 있다. 하지만 제갈량이 노숙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하여 주유의 계책에서 나올 궁리를 하듯 상대방이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은혜를 베푸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후에 그 죄책감을 이용해 적당한 보답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유비의 눈물은 최강의 무기였다. 나중엔 제갈량이 주유의 문상을 가서 유비에게 배운 진심 어린 눈물로 크게 슬퍼함으로 동오의 분노와 증오를 잠재웠다. 이렇게 눈물을 보여 복종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연민, 동정심 심지어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가식이든 진심이든 상대방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데는 나 또한 경험적으로 동의한다. 
 '제갈량 심리학' 1권에서는 제갈량과 동오의 재사들과의 논쟁과 주유와의 계략이 특히 흥미롭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약방의 감초 같은 노숙의 모습은 영화 '적벽'에서 연기한 노숙이 찰떡같이 대비되며 더욱 이해도롤 높였다. 36세에 요절한 주유의 마지막 탄식이 많은 시사를 준다. 바로 '학습된 무기력'이다.
 "이미 주유를 낳았으면서 제갈량은 왜 또 낳았는가!"
 당신은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내부통제자) 아니면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외부통제자)고 생각하는가? 주유는 내부통제자로서 한평생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외부통제자로의 전환을 하게 된다. 이 시기의 제갈량도 아직은 내부통제자에 속해 있다. '조조 심리학' 1권에서도 잠시 언급한 유비의 학습된 무기력도 같은 맥락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학습된 무기력'의 필연성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의 시간을 들여 무력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도 주유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나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너그러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나다움을 사랑하는 것이 시작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 밖에도 자세한 심리학적 해설이 책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살펴보기를 권한다. 1권의 마지막에 누군가 제갈량에게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 인물이 있다. 어느 책사가 등장할까 궁금하고 자못 2권이 기대된다. 
P.S> 기본적으로 이 시리즈는 삼국지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야 쉽게 접근 가능할 것이며, 인물 열전이기 때문에 주된 사건, 주요 인물의 성격에 대한 언급은 생략되었다. 따라서  소설이나 만화 또는 기타 매체(영화나 시리즈물 등)를 접한 후 책을 읽는다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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