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OTT를 통해 여러 가지 드라마와 영화 등 미처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던 영상들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관심을 갖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역사저널 그날"(KBS 1TV)이다. 한 번에 다 보지 않더라도 쉬는 시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시청을 이어가고 있는데, 역사를 왜 알아야 하며 오늘날 중요하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새삼 많이 깨닫게 된다. 이렇게 "역사저널 그날"이란 프로는 이미 벌어진 사건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각도에서 객관적으로 되짚어보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하여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생생히 그려낸 문학작품이 있다. 바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우리가 최근에 몸소 겪은 팬데믹을 몇십 년 앞서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카뮈'란 사람의 소설 "페스트"가 이러이러하다는 기사를 접했을 뿐 실제 읽어보지는 못했다. 어쩌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의 기억을 다시 깨우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클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 수를 헤아리기 힘들고, 당시의 상처로부터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듯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는 주변의 모습들을 볼 때 "역사저널 그날"처럼 당시 그 언저리의 모습을 되짚어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마침 이번에 '이정서'님이 번역한 "페스트"는 기존에 의역을 사용한 번역에 비해 원서에 충실하게 직역하여 제목마저도 [역병 LA PESTE]라고 하여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대학 다닐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어떻게 이렇게 재미없는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가? 원래 상 받는 작품들은 다 재미가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나는 이미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의 차이가 많이 다를 테지만 이런 의구심은 다른 독자들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전에 '카뮈'의 작품 "이방인"을 번역한 '이정서'님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번역본은 '알베르 카뮈'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미 출판된 "페스트"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좀 더 힘을 빼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나의 큰 오산이었다. 직역이 오히려 가슴에 꽂히는 문장과 글귀들로 집중에 집중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왜 소설인데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있는지, 아직도 그 밑줄을 다시 확인하면 처음 읽을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왜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같은 작업'이라고 했는지 역자의 고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등장인물을 통해 전달되는 전염병에 둘러싸인 각가지 반응과 대처에 대해 우리의 상황과 대비해 가며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역병은 물러나고 오랑의 삶은 서서히 평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의사 리외는 살아남은 자의 기쁨과 슬픔 속에서, 역병은 결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언제든 깨어나 다시 한번 세상을 덮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세상의 부조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에 맞서기 위해서는 경계와 연대가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카뮈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역병 LA PESTE]를 통해 아주 오래전 이야기 같은 '코로나19'의 팬데믹 당시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길 감히 추천한다. 이는 우리가 소설 속 상황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반드시 어떤 특수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인간의 태도과 사상, 그 안에서 보이는 여러 군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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