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올라와서 며칠을 기대하다 보게 되었다. 바로 [밥 말리 원 러브]이다.
"밥 말리"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알고 있던 싱어인데, 자유와 평화의 상징 그 자체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그가 추구하는 레게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뭔가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무장해제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대학 재학시절에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곤 했는데, 중간에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는 휴양지의 매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호수 쪽으로 스피커를 크게 틀어 울려 퍼지는 "밥 말리"의 노래는 풍경과 더불어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소주를 한잔 마신 날에는 매점 벤치에 앉아 '장사익'과 '유리스미스', '알란파슨스 프로젝트' 등의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음악들을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도 있다. 매점의 주인장은 늘 "밥 말리"를 최고로 쳤다. 그래서 졸업한 이후에도 그의 앨범을 보게 되면 열심히 수집하여 듣고는 하였다. 하지만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고자 하지 않았기에 이번 영화는 무엇보다 감독의 시선을 빌려 단편적으로나마 이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사정이 생겨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결국 핸드폰 스크린으로 보게 되어 매우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의 일대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마디로 자기가 추구하는 레게음악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조국 자메이카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기를 죽이기 위해 집에 숨어든 암살범과 대면하여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눈이 되는 묘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총을 든 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제야 정신이 든 듯하였고, 생사를 초월한 듯한 "밥 말리"의 찰나의 감정은 아쉬움 가득했다. 이후 불안한 국내 정세에 자메이카를 떠나 유럽투어와 아프리카투어를 전전하지만 계속되는 국내 공연 요청은 결국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다시 돌아가게 된다. 유럽투어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그를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엑소더스'는 작품의 완성과정을 찬찬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그가 믿는 종교와 성장사도 현재시점에서 잠시 나와 과거와 연결시켜 주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예전에 비해 훨씬 편해졌고 윤택한 사회라고 하지만 소시민에 불과한 사람들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안팎의 전쟁의 공포를 겪고, 불안정한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사회도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의 패권주의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다시 가결된 탄핵결과에 대해 누구 하나 손해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한수, 한수를 두는 세력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밥 말리"가 대립 중이던 양당 정치인의 손을 추켜올려 맞잡게 하고 자메이카 국민들을 음악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준 것과 같이 우리도 지금 하나로 함께할 때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두통이 가시지 않아 영화 한 편 보고 심경을 정리해 보았다. '제발 좀 마음 편히 먹고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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