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후반에 접어들 시점부터 뉴스를 잘 안 봤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하락과 국론의 분열을 애써 외면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심사로 지켜본 결과, 결국 '윤씨 정부'가 시작되었다. 어찌 되었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이기에 양쪽으로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갖가지 비리와 수준이하의 행태가 나를 더욱 뉴스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내가 누구를 지지함과 상관없이 세상은 내 의지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돌아갈 테니.
그런데 약 열흘 전 '정치쇼'를 하는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또 뭐래냐?'며 누군가 보내준 영상을 바라봤는데, 계엄 선포와 실제 상황은 현실로 벌어지고 있었으며, 요란한 방송매체와는 다르게 고요한 새벽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계엄해제가 되었지만, 이후 그날 밤에 개시한 작전에 대한 증언과 행동은 너무나 섬뜩하여 생각할수록 무섭다. 그리고 지난 12일에는 그동안 조용하던 대통령이 갑툭튀 '대국민 담화'를 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이 오히려 행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윤씨를 보면서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하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윤씨 정권에 대한 갖가지 영상과 증언을 피하지 말고 잘 분별하며 판단하리라 다짐한다. 마침 12월 12일, 윤씨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실시간 영상 뒤에 [퍼스트레이디]라는 김건희 여사(이후 그)에 대한 다큐영화가 개봉함을 알리는 광고성 기사를 보았다. 궁금한 마음에 예고편을 시청하였는데, 계엄에 이어 실로 충격적이었다. '아~ 내가 너무 모른 척 살아왔구나!~'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퍼스트레이디' 30초 예고편
bridge-now.naver.com
- 네이버 영화 [퍼스트레이디] 예고편 참고
마침 내가 사는 지방의 옆 동네에서 개봉하고 있었다. 밤 9시 30분 시작! 퇴근하고 부랴부랴 50분가량 고속도로를 달려 상영시간에 마침맞게 들어갔다. 예매할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다들 이 문제적(?) 영화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대한민국 영부인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사건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제목에 걸맞게 과연 그의 개인적인 성장, 성격, 심리는 학력 및 경력의 위조, 논문 표절 등의 부도덕성 문제를,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모친의 사기행각을 통한 부적한 부의 축적, 디올 명품백 수수와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등의 국가 권력의 사유화 그리고 천공 및 무속신앙의 신봉문제 등 지금껏 나왔던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을 팩트에 입각한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고발한다.
한마디로 저급해도 이렇게 저급할 수가 있을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영화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나는 왜 이렇게 양심을 지키려 노력하고, 왜 이렇게 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나? 그렇게 살지 않아도 부를 축적하고 말 한마디에 법이 바뀌고 벌을 안 받는데, 화가 나서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편으론 이렇게나마 "서울의 소리"의 그에 대한 그동안의 보도를 집약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최근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했다. 쓰나미 같던 팬데믹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고, 이제는 사회도 국가도 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윤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물론 노동조합이나 태극기부대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계속 후퇴 중인 국민 간의 갈등에 기인할 수도 있을 테지만, 무능하고 오만한 대한민국의 대표를 선택한 우리의 선택에 대한 반성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탄핵을 위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위험한 정부라는 표현이 추가되어야 하지만, 나처럼 그동안 대한민국 VIP들에 의혹을 애써 외면해 왔다면 이 중차대한 시기에 반드시 [퍼스트레이디]를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그들의 민낯이며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면 이제는 진실을 바라보고, 행동할 때이다.
※ 글 속 그와 VIP들에 표현에 대해선 영화를 통해 직접 이유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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