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파사: 라이온 킹] 눈과 귀가 즐거운 "하쿠나 무파사"
이번 주일에는 작정을 하고 영화 한 편을 보고자 마음먹었다. 바로 영화[무파사: 라이온 킹]이다.
이미 지난 12월 18일 개봉을 하였지만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작품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가 있었다. 영화 보러 가는 길에 문득 과거 1994년 여름, 부모님과 함께 동네 극장에 [라이온 킹] 만화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났다. 당시 나는 클래식에 꽤나 심취해 있었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엘튼 존"이라는 가수와 "한스 짐머"라는 영화음악의 거장을 알게 되었고, 이후 팝송을 즐겨 듣기 시작했다. 특히 '라이온 킹 O.S.T' 테이프가 늘어지고 CD 판이 튈 때까지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이제야 "Circle of life"의 심오한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기 시작하는데 고작 중학생밖엔 안 된 내가 얼마나 큰 감명을 받았기에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지금까지 [라이온 킹] 시리즈들과 최근 개봉했던 실사판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뮤지컬과 영화 등 다양한 표현 매체로 전개되었던 [라이온 킹]들과 견주어 어떤 인상을 받을지 매우 궁금했고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일단 시작은 "심바"시대의 딸 "키아라"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낯익은 "품바"와 "티몬"도 감초지만 최고의 조연이라면 "라피키"라고 할 수 있다. "무파사"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진정한 "무파사"이야기가 시작된다. '라이온 킹'에서 "스카"로 나오는 "타카"의 등장과 '밀레레'까지 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라비"와 "자주", "라피키" 그리고 "키로스"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과 '밀레레'의 왕이 되기까지의 숨 가쁜 여정 속에서 우리는 한 개체의 용기와 성장, 사랑과 우정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영화의 시종 계속되는 멘트인 '생명의 순환 속에서'는 OST로 수없이 들어왔던 "Circle of life" 가사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가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잠시 한 시대를 머물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듯, 과거의 그들과 현재의 우리는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라피키"가 '밀레레'를 환상으로 뚜렷이 수십 번 보았고 함께 길을 찾아 떠나 이를 실제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 속에서 꿈꾸며 산다는 것이 저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는 "라피키"를 단순히 주술적 존재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무파사"와 그의 엄마아빠가 '밀레레'를 상상하며 노래하는 장면은 이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꿈꾸며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능력을 잊고 살아가고 있고, "라피키"는 현자의 모습으로 그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밀레레'를 꿈꾸며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국엔 도착했고,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본향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기술적 측면에서 사자의 표정연기가 저렇게 복잡 미묘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더불어 더빙으로 영화를 보았지만 자막으로 감상한다면 동물의 입모양이 발음모양과도 잘 맞아떨어질 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키로스"가 흰 사자이고 흰 사자 하면 "레오"가 떠오르는데, 아프리카 초원의 흰 사자 "레오"와도 연관되는 무언가가 있는지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또 "타카"가 "스카"로 이름을 바꾸게 된 명칭의 변경에는 영어적인 다른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며 아이와도 의리와 용기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이고, 연말이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영화[무파사: 라이온 킹]를 통해 생명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거시적인 의미와 용기 및 사랑과 같은 소소한 의미도 함께 느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