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및 공연

<영화 "소방관" 관람 후기> "소방관은 [ ]이다."

진짜짜장 2024. 12. 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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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가는 길에 잠시 “제천 화재 참사”를 떠올리며 잠시 먹먹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곽경택 감독 작품인 것을 확인하고 살짝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감독 특유의 고집이 영화를 편협하게 만든 사례가 몇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성은 그다지 제가 좋아하는 성향은 아닙니다. 그래서 감독의 장기인 장면의 높은 몰입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둘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홍제동 화재 현장의 재현입니다. 두 번에 걸친 화재 현장 출동 씬은 타오르는 불구덩이 현장을 뚫고 들어가 인명을 구조해 내야 하는 소방관으로서의 숙명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 더욱 긴박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요, 화재진압과 인명구조가 어떤 도달 가능한 목표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상관없이 돌진하여 해내야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일까 가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극 중 “정반장”이 “군대는 훈련하고 준비할 수 있지만, 여기는 처음부터 실전”이라는 말에 잠시 소방관의 입장에 이입되기도 하였습니다. 저승사자로 비유한 그날 홍제동의 화마(火魔)와 싸워 유구조자의 목숨을 사수해 내고자 끝까지 목숨을 바친 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절로 숙연해집니다.
 둘째는 늘 이러한 현장에 투입함으로 인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이를 해소하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술로, 노래방으로, 남겨진 동물을 돌보는 등의 방법을 찾아보지만 남모를 원형탈모를 겪고 있고, 사고현장 주변에는 가지도 못하며, 때로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당시 2001년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장비와 지휘체계, 법체제를 갖추었기에 이들을 지원할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하긴 화재 현장에 필요한 ‘방화장갑’조차 사비로 구입해야 하는 현실에 외상성 스트레스는 언감생심이었겠지요. 이제는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처우개선 또한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자연스레 생각됩니다.
 그동안 의용소방대원으로서 십여 년 봉사를 했었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소방관의 노고에 대해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화재 현장을 기억하며 항상 일상에서 안전을 생활화하고 내 작은 행동이 안전에 위해요소로 작용하지 않는지 꼼꼼히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내가 행동한 탄소저감을 위한 행동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듯, 내가 실천한 생활안전이 모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듯이 말이죠.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소방관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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